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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kakao)26에서 본 카카오의 AI와 개발자

if(kakao)26에서 본 카카오의 AI와 개발자

2026년 10월 13일, 용인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if(kakao)26 첫날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이 행사에서 찾고 싶었던 것은 AI 모델 자체보다 AI와 함께 개발자는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었습니다.

오전 키노트에서는 카카오가 AI로 어디에 가려 하는지를, 오후 파이어사이드 챗에서는 개발자들이 실제로 AI와 일을 어떻게 나누고 있는지를 들었습니다. 들은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각자 무엇을 말하려 했고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정리합니다.

제가 들었던 세션은 아래와 같습니다. 모두 B3F Growing hall에서 열렸습니다.

오전 키노트

세션연사
모두를 위한 연결, 한 사람을 위한 지능으로정신아
AI Layer, 맥락을 이해하는 경험 설계김대년
성능을 넘어 서비스로, 5천만 사용자를 위한 카나나 모델노병석
나를 기억하는 AI, 모두가 믿고 맡기려면송재하

오후 파이어사이드 챗: AI 시대의 개발자

세션모더레이터·패널
AI로 오래 미뤄둔 변화를 실행하는 법최재성, 김광수, 이승아, 최원섭, 박경태

키노트: 카카오톡을 일을 맡기는 곳으로​

카카오가 내건 방향은 카카오톡을 대화로 일을 맡기고 결과까지 받는 곳으로 바꾸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쟁의 기준을 모델의 크기에 두지 않았습니다. 노병석 리더의 말을 빌리면 카카오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가장 큰 AI”가 아니었습니다. 이미 5천만 명이 쓰는 카카오톡 위에서, 그 많은 사람이 매일 써도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AI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연사들은 이 세 조건을 하나씩 맡았습니다. 김대년 총괄은 카카오톡 위의 인터페이스를, 노병석 리더는 비용을, 송재하 CTO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구조를 설명했고, 정신아 대표가 그 사이에서 생태계와 이용자의 선택권을 이야기했습니다.

카나나 스페이스를 소개하는 키노트 무대

이 방향이 나온 배경​

업계의 관심은 답을 잘하는 챗봇에서 일을 대신 끝내는 에이전트로 옮겨 가고 있습니다. 서비스를 AI에 연결하는 MCP·A2A 같은 표준이 퍼졌고, 개인 PC에 설치해 쓰는 자율형 에이전트도 올해 여럿 나왔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전략은 카카오가 글로벌 빅테크와 정면으로 겨룰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을 나눈 결과입니다. 프론티어 모델의 크기와 성능으로는 OpenAI나 Google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대신 카카오에는 한국 시장에서 차별화할 수 있는 자산이 있습니다. 국민 대부분이 이미 쓰는 대화 창구, 대화와 선물·커머스·송금이 한곳에 연결된 서비스와 이용자가 동의하면 활용할 수 있는 개인의 맥락, 그리고 국내 규제와 이용자 정서를 겪어 본 운영 경험입니다. 키노트 전체가 이 세 가지를 AI 경쟁력으로 바꾸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운영 경험에는 쓰라린 것도 있습니다. 2025년 9월 친구탭을 피드형으로 바꾼 대개편은 이용자 반발에 부딪혀 친구 목록을 되돌리기로 했고, 2024년에는 오픈채팅 개인정보 유출로 개인정보위의 151억 원 과징금 처분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이 쓰는 화면을 바꾸는 일과 개인의 맥락을 다루는 일이 얼마나 민감한지 아는 회사가, 바로 그 두 가지를 건드리는 AI를 내놓는 셈입니다.

메뉴를 찾는 화면에서 의도를 말하는 화면으로​

시연이 보여 준 것은 요약 기능 자체보다 요약이 행동으로 이어지는 흐름이었습니다. 여러 대화방의 업무 메시지를 정리한 뒤 바로 답장을 보내고, “생수 주문해줘” 한마디에 지난번에 주문한 생수를 기억해 쿠폰을 적용하고 결제 단계까지 이어 갔습니다. 대신 전송이나 결제처럼 중요한 행동은 마지막에 이용자가 승인한다는 선을 그었습니다.

카카오톡은 메신저에 선물하기·예약·송금·쇼핑이 계속 붙으면서 원하는 기능을 찾기 어려운 앱이 됐습니다. 그렇다고 화면 구조를 다시 짜면 작년 개편처럼 반발이 생깁니다. 세션 제목의 “AI Layer”가 그 답이었습니다. 기존 화면은 그대로 두고, 필요할 때 불러 쓰는 어시스턴트(카나나 스페이스)를 그 위에 얹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메신저만 쓰려는 사람은 지금처럼 쓰고, AI를 원하는 사람만 부르면 되는 구조입니다. 발표에서는 카카오톡 어디에서든 지금의 맥락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12월 CBT는 메시지·일정·검색·설정부터 시작하고, 주문·선물·예약·송금은 그 뒤에 넓힙니다. 제가 보기에 뒤쪽 기능들은 카카오의 커머스·페이 매출과 바로 이어집니다. 카카오가 에이전트가 대신 처리하는 거래를 새로운 수익의 축으로 삼으려 한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모델 성능보다 서비스의 경제성​

세션 제목 「성능을 넘어 서비스로」가 그대로 주제였습니다. 벤치마크 점수보다 5천만 사용자가 쓸 때 감당할 수 있는 속도와 비용을 앞세웠습니다.

배경은 비용 구조입니다. 모델 학습에도 큰 비용이 들지만, 서비스를 운영하는 동안에는 이용자 수와 요청 수만큼 추론 비용이 계속 나갑니다. 규모가 큰 서비스일수록 AI 비용의 무게는 추론에 실립니다. 카카오는 이미 2025년 OpenAI와 제휴하고 카카오톡에서 쓰는 ChatGPT for Kakao를 내놓았지만, 외부 모델에만 기대면 비용과 데이터 반출, 종속을 함께 떠안습니다. 한국어라는 조건도 있습니다. 글로벌 토크나이저는 한국어를 잘게 쪼개서 같은 문장에 토큰이 더 듭니다. 노병석 리더는 9월 인터뷰에서 자체 토크나이저가 Qwen 대비 한국어를 1.6배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수천만 명 규모에서는 그 차이가 그대로 비용 차이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원칙은 “필요한 지능을 필요한 만큼의 연산으로”였습니다. 오타를 고치는 요청과 여섯 명의 일정을 맞춰 식당을 예약하는 요청에 같은 모델을 쓸 필요는 없습니다. 요청 난이도에 따라 큰 모델부터 단말에서 도는 작은 모델까지 나눠 쓰고, 작은 모델은 여러 분야에 강한 교사 모델의 능력을 하나로 모으는 방식으로 학습해 성능을 지킵니다. 어떤 요청에 어떤 모델과 도구를 쓰고 어떤 순서로 실행할지는 AI 컨덕터라는 조율 계층이 정합니다. 단말에서 먼저 처리하면 응답이 빠르고, 개인 정보가 서버로 덜 나가고, 이용자가 늘수록 GPU를 늘려야 하는 부담도 줄어듭니다.

요청 난이도에 따라 모델을 나눠 쓰는 카나나 모델 구조

멀티모달과 에이전트 이야기도 같은 방향을 향했습니다. 음성의 감정 표현과 듣는 동시에 말하는 풀 듀플렉스 대화(Kanana Live)를 강조한 것은, 말로 부르는 인터페이스를 받치려면 맞장구치고 끼어들 수 있는 대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에이전트 모델의 평가 기준을 “답이 좋은가”에서 “요청한 일이 실제로 끝났는가”로 바꿨습니다. 노병석 리더는 이 방향을 가장 큰 AI가 아니라 5천만 사용자의 일상에 가장 가까운 AI라고 정리했습니다.

카카오톡을 에이전트들이 모이는 관문으로​

정신아 대표의 중심 메시지는 카카오가 모든 에이전트를 직접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카카오가 만든 에이전트, 파트너의 에이전트, 개인이 만든 에이전트를 카카오톡이라는 하나의 대화창에서 만나게 하겠다는 플랫폼 전략입니다.

정신아 대표가 이 길에서 먼저 꼽은 과제는 신뢰였습니다. AI와 자동화 기술이 사기와 사칭, 불법 콘텐츠를 대량으로 만들어 퍼뜨리는 데 악용될 수 있으니, 에이전트를 넓게 연결할수록 이용자가 안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지킬 책임도 커진다는 것입니다.

다음 과제는 파트너가 참여하게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MCP·A2A 같은 표준이 있어도 파트너는 개발 리소스를 들여야 하고 기존 수익 구조도 따져야 해서, 실제 매출로 이어지는지 확인될 때까지 설득에 시간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AI가 자기 앱 방문을 대신하면 트래픽과 광고 수익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도 파트너를 망설이게 했을 것입니다. 카카오의 답은 연결 경로를 둘로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직접 연동할 수 있는 서비스는 MCP·A2A로 붙이고, 그렇지 않은 서비스는 격리된 클라우드 브라우저에서 에이전트가 웹을 대신 조작합니다. 파트너는 개발 부담을 줄이면서 에이전트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나나가 커머스 에이전트와 브라우저 에이전트를 잇는 통합 에이전틱 AI 인터페이스

PC에서 나만의 에이전트 팀을 만드는 칸바스(Kanvas)는 올해 쏟아진 개인 에이전트를 일반인이 쓸 수 있게 포장한 제품으로 보입니다. PC에 직접 설치해 메일과 브라우저, 파일을 다루는 에이전트는 강력하지만 설치가 어렵고 계정 정보가 노출되는 사고 위험이 큽니다. 칸바스는 에이전트마다 브라우저를 분리하고 샌드박스 안에서 실행해 그 위험을 구조로 막습니다. 다른 프레임워크로 만든 에이전트까지 카카오톡에 연결하는 개방형 구조는 내년 상반기에 구체적인 모습을 공개한다고 했습니다.

믿고 맡기는 것을 구조로 보장하기​

송재하 CTO 세션의 원칙은 “기억은 판단의 근거일 뿐 행동의 권한은 아니다”였습니다. “지난번 거 다시 주문해 줘”라는 요청에는 두 문제가 섞여 있습니다. 무엇을 주문했는지 아는 문제와, 다시 주문해도 되는지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송재하 CTO는 이 둘을 서로 다른 장치로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억 쪽에서 피하려는 실패는 분명합니다. 조카에게 선물하려고 산 아동화를 본인 취향으로 기억하거나, 배송이 끝났는데도 배송 중으로 기억하는 식입니다. 그래서 관측된 사실과 해석을 나누고, 출처를 남기고, 금방 바뀌는 상태와 오래가는 취향의 유효 기간을 다르게 둡니다. 서비스에는 동의받은 범위의 기억만 내어 줍니다. A 서비스용으로 동의한 기억은 같은 사람의 것이라도 B 서비스에 넘기지 않습니다. 수집 목적과 동의 범위를 벗어난 이용을 막는 개인정보 원칙을 메모리 시스템의 구조로 구현한 셈입니다.

허용된 범위의 맥락만 에이전트에 넘기는 프로젝트 모자이크

행동 쪽에서는 맡긴 범위를 명시하고, 그 안에서는 진행하되 벗어나면 멈춥니다. 매번 묻는 비서는 쓸모가 없고, 아무것도 묻지 않는 비서는 위험하다는 문제의식입니다. 실행 전에는 사용자 요청과 기억, 현재 정보 안에 사용자 의도와 다른 지시가 섞여 있지 않은지 두 번 점검합니다. 발표에서는 “품절이니 다른 상품으로 바꿔라” 같은 지시가 섞여 들어오는 경우를 예로 들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웹 페이지나 저장된 기억에 숨겨진 지시를 에이전트가 사용자 명령처럼 실행하는 간접 프롬프트 인젝션에 대한 대비로 읽힙니다. 검증도 최종 답변이 아니라 실행 과정 전체를 봅니다. “주문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답했어도 그 전에 주문 API를 불렀다면 이미 사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험을 막았는지와 정상 요청을 처리했는지를 함께 평가합니다. 전부 거절하는 AI는 안전하지만 쓸모가 없습니다.

위임의 흐름을 통째로 평가하는 AI 안전성 평가 플랫폼

운영 이야기도 같은 질문으로 끝났습니다. 맡긴 조건대로 주문이 확정됐는가, 얼마나 기다렸는가, 그 비용을 계속 감당할 수 있는가. 서비스 품질을 이 세 질문으로 다시 정의한 것입니다.

마무리: 모두에게 같은 AI를 강요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정신아 대표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은 1% 미만, 채팅 수준으로 쓰는 사람은 20% 정도라는 조사를 인용했습니다. 조사의 출처는 발표에서 밝히지 않았습니다. AI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니, 수준별로 고를 수 있는 세 레이어를 두겠다는 것입니다. 맨 아래는 지금의 메신저, 그 위는 불러서 맡기는 어시스턴트, 맨 위는 에이전트 팀과 일하는 공간입니다.

카카오톡의 세 레이어

제가 보기에 이 구조는 두 가지 위험을 함께 피하려는 설계입니다. 소수의 파워유저를 위한 AI를 다수에게 강요하면 작년 개편 같은 반발이 생기고, 반대로 AI를 원하지 않는 다수에게만 맞추면 혁신이 멈춥니다. 카카오가 주관사를 맡은 과기정통부의 ‘모두의 AI’ 사업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학생부터 시니어까지 쓰는 카카오톡을 AI 대중화의 통로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함의하는 것​

제가 보기에 이번 키노트는 AI를 레버리지해서 카카오만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실제 서비스로 만들 때 무엇을 풀어야 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 경쟁력: 가장 큰 모델이 아니라 이미 가진 것, 즉 5천만 명이 쓰는 대화 창구와 그 안에 쌓인 맥락입니다.
  • 풀어야 할 것: 그 규모로 매일 써도 감당할 수 있는 비용, 그리고 파트너가 참여할 이유입니다.
  • 정말 중요한 것: 이용자가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가입니다. 기능이 많아도 이것이 없으면 아무도 결제나 송금을 맡기지 않습니다.
  • 빠지지 말아야 할 함정: 더 큰 모델 경쟁에 뛰어드는 것, 많은 사람이 쓰는 화면을 통째로 바꾸는 것, 답이 그럴듯하면 일이 끝났다고 여기는 것, 기억을 행동의 권한으로 착각하는 것, 안전하려고 전부 거절하는 것입니다.

AI를 서비스에 넣는 개발자에게는 평가 기준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답이 좋은가”가 아니라 “맡긴 일이 조건대로 끝났는가, 얼마나 기다렸는가, 그 비용을 계속 감당할 수 있는가”로 품질을 봅니다. 그러면 기능을 붙이는 일보다 동의 범위와 위임 범위를 설계하고, 실행 과정을 검증할 장치를 만드는 일이 더 커집니다.

제가 들은 범위에서 답을 듣지 못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파트너가 왜 참여해야 하는지, 즉 트래픽과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AI에 맡긴 결제나 송금이 잘못됐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연된 주문·결제 기능은 아직 CBT 범위 밖이고 개방형 구조는 내년 상반기에야 공개되니, 발표한 방향의 상당 부분은 아직 계획 단계입니다. 이미 맺은 OpenAI 제휴와 자체 모델 전략이 어떻게 역할을 나누는지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파이어사이드 챗: 미뤄 둔 일을 AI로 실행한 팀들​

오후 첫 세션은 필요하지만 인력과 시간이 부담돼 계속 미뤄 온 일을 AI로 실행한 경험을 나눴습니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민 다국어는 2021년부터 해마다 요구가 있었지만 번역량과 매일 바뀌는 메뉴 때문에 미뤄 온 일이었습니다. 이번에 실행할 수 있었던 것은 AI가 번역만 하지 않고 일 자체를 맡았기 때문입니다. AI가 번역하고 스스로 평가한 뒤 판단하기 애매한 것만 골라 사람에게 넘겼고, 사람은 기준을 정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담당자마다 다른 AI 도구를 쓰자 같은 서비스 이름이 화면마다 다르게 번역되는 문제가 생겼는데, 용어 사전과 검수를 묶은 공통 에이전트로 해결했습니다. 발표자는 이를 “AI는 일을 하고, 사람은 기준과 시스템을 만든다”고 정리했습니다.

‘AI가 잘했다’의 기준부터 정하기

레몬베이스의 디자인 시스템 정리는 사용자에게 보이는 변화가 없어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던 레거시 정리였습니다. 처음에는 AI에게 코드를 직접 고치게 했지만 의도와 다른 수정이 섞여 오히려 검증 부담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AI에게 코드를 고치게 하는 대신, 항상 같은 결과를 내는 변환 도구(codemod)를 만들게 했습니다. 사람은 수백 개의 결과물 대신 변환 명세와 도구를 검증했고, 변환 전 결과 점검과 테스트 서버의 주요 화면 확인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의존 관계나 도메인 정책이 걸린 일부는 사람이 직접 고쳤습니다.

카카오 OLIVE Platform은 오래된 Angular 프론트엔드를 React로 전환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먼저 고른 이유는 하나를 옮기면서 다른 프로젝트에도 재사용할 전환 방식을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사람이 먼저 프로젝트 구조와 개발 규칙, 자동 검사 환경을 마련한 뒤 AI에게 분석과 구현을 맡기는 순서로 진행했습니다.

다만 이 트랙에서 제가 정말 듣고 싶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습니다. 세 사례는 모두 AI로 오래 미뤄 둔 일을 해낸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손댈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대규모 리팩토링, 최신 프레임워크로의 포팅, 대규모 서비스의 다국어 지원 같은 일은 지금 회사에서도 이미 많이 진행해 왔기 때문에, 솔직히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야기가 궁금했습니다. AI 때문에 프론트엔드라는 직군 자체가 사라지거나, 완전히 대체되거나, 다른 직군과 합쳐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무대에 오른 개발자들은 이런 위기를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 고민에 어떤 답을 내리고 있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제가 들은 범위에서는 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약속이 있어 세션 중간에 자리를 떠야 했기 때문에, 그 뒤에 누군가 이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녀와서 남은 생각​

파이어사이드 챗의 사례들을 보면, 적어도 이 팀들에서 개발자의 역할은 코드를 직접 쓰는 것에서 기준과 검증을 설계하는 쪽으로 옮겨 가고 있었습니다. 무엇을 맡길지와 어떤 결과가 잘된 것인지를 정하고, AI가 판단하지 못하는 예외를 맡고, 결과를 믿을 수 있게 하는 도구를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비용이 낮아지면서 사용자 가치가 바로 보이지 않아 미뤄 두던 일들, 즉 레거시 정리나 프레임워크 전환, 다국어 같은 일이 비로소 실행할 수 있는 일이 됩니다.

이 흐름은 AI로 생산성을 높인다는 말을 어떻게 볼지와도 이어집니다. 저는 생산성을 개인이 아니라 팀 단위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AI 덕분에 코드를 만드는 시간이 줄었어도, 그 코드가 맞는지 확인하는 일이 동료의 리뷰나 운영 장애로 넘어갔다면 생산성이 오른 것이 아닙니다. 비용이 다른 사람에게, 더 늦은 단계로 옮겨 갔을 뿐입니다(생산성이라는 이름의 비용 떠넘기기).

그래서 AI 시대에 필요한 리터러시도 AI를 잘 다루는 능력보다 AI가 만든 결과를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입니다.

  • 결과물이 왜 이런 구조인지 설명할 수 있는가
  • 다른 선택지와 지금 선택의 대가를 말할 수 있는가
  • 일부가 망가졌을 때 직접 원인을 찾을 수 있는가
  • 사실과 출처, 실행 결과를 따로 확인했는가

여기에 답하지 못하면 결과물을 가지고 있을 뿐 그 안의 지식까지 가진 것은 아닙니다(AI 시대의 탑다운 학습과 생성 후 이해).

정리하면, AI에게 일을 어떻게 나눠 맡길지는 이번 행사에서 구체적인 사례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이 바뀔 때 프론트엔드 개발자라는 직군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는 제가 세션을 듣는 동안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개발자라는 정체성이 흔들리는 문제는 AI 시대 개발자의 사회심리적 불안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데, 이번 행사를 다녀와서도 열린 질문으로 남았습니다.

다만 강력한 도구가 쥐어진 지금, 개발자라는 직군은 완전히 대체되기보다는 판단이 필요한 더 높은 수준의 일로 옮겨 가고, 그만큼 역할과 책임이 넓어지는 쪽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끝으로, if(kakao)26에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행사를 준비해 주신 카카오와 경험을 나눠 주신 연사·패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하며 열정적이고 즐겁게 살고 싶은 개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