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크로 2박3일 동해 투어

박스 깐 지 반년 된 헌터커브를 데리고 더 추워지기 전에 동해안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장거리는 미들급 이상으로만 다녔고, 125cc로는 처음 가는 거라 제 체력이 받쳐줄지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여행하는 3일 내내 날이 좋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그렇게 고되진 않더군요.

퇴직 후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전에 떠난 여행이라 한적한 평일에 다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체감상 이번엔 가을이 제법 늦게 찾아온 것 같아요. 황량한 겨울 풍경이 아닌 따뜻한 가을을 배경으로 달려서 피로감이 훨씬 덜했습니다.

같은 길로만 다니면 재미없으니 서울에서 강릉으로 갈 때와 서울로 복귀하는 길 은 각각 다른 경로를 선택했습니다. 홍천을 기점으로 갈 때는 44번 국도를 따라 한계령 너머 강릉 호텔로 향했고, 복귀할 때는 6번 국도를 따라 대관령 너머 횡성 방면으로 돌아왔습니다.
바이크를 타면 가장 좋은 점은 고속도로 밖 국도의 매력을 알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제가 RPM을 많이 치는 스타일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헌터커브 저단 기어로 힘 있게 속도를 내는 게 나쁘진 않더군요.
평지에서 기껏 쥐어짜서 달려봤자 90km 될까 말까 한 속도라 답답하긴 하지만, 애초에 내달리는 목적의 바이크가 아니기에 느긋한 마음을 가지게 되네요.
예전에 잠깐 탔었던 슈퍼커브에 비해 무게가 있어서 그런지 안정감이 있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헌터커브는 분명 재미있는 바이크인 것 같아요.
중저속으로 와인딩할 때 생각보다는 잘 눕고 일어서고, 저단으로 레브 매칭 후 코너를 나름 힘 있게 돌아나가는 재미로 한계령, 미시령, 대관령을 지났습니다.

용도가 용도인지라 엉덩이와 허리가 아팠던 것은 어쩔 수 없더군요. 라이딩 중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버텼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처럼 페어링 없는 네이키드에 바람 맞아가며 타도 즐겁기만 하던 체력은 아닌 것 같아요.
이번 여행을 통해 헌터커브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턴 서울 근교까지만 가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