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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6. 5
© WONKOOK LEE

연차는 언제 생기고 언제 사라질까요?

지금까지 세 편에 걸쳐 "일한 시간을 돈으로 바꾸는" 계산을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결이 조금 다른 자원을 봅니다. 바로 연차입니다.

연차는 근무 기록처럼 흘러가 버리는 값이 아니라, 잔액이 쌓이는 계좌에 가깝습니다. 일하면 조금씩 적립되고, 쓰면 차감되고, 오래 두면 만료됩니다. 그래서 연차를 다루는 코드는 시각을 계산하는 코드와 전혀 다르게 생겼습니다. 잔액 원장(ledger)을 관리하는 코드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이 계좌에는 언제, 얼마가 들어오고, 또 언제 빠져나갈까요?

연차의 개념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일하면 주기적으로 받는 유급휴가." 하지만 법이 정한 대로 발생·사용·소멸을 관리하려면 생각보다 챙길 게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연차의 라이프사이클을 따라가며 각 단계를 정리하고, 마지막에 그 소멸을 앞당기는 연차 촉진 제도까지 보겠습니다.



1. 발생: 언제, 얼마가 들어오나

연차가 계좌에 들어오는 시점은 근로기준법 제60조가 정합니다.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근로기준법 제60조(연차 유급휴가) ① 사용자는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② 사용자는 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근로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④ 사용자는 3년 이상 계속하여 근로한 근로자에게는 … 최초 1년을 초과하는 계속 근로 연수 매 2년에 대하여 1일을 가산한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 … 총 휴가 일수는 25일을 한도로 한다.

정리하면 입사 후 이렇게 쌓입니다.

시점그때 발생근거
입사 후 1개월마다 (1년 미만 동안)매달 1일 · 최대 11일제60조 ②
만 1년15일제60조 ①
만 3년16일제60조 ④ (가산 시작)
만 5년17일제60조 ④
만 21년 이상25일 (한도)제60조 ④

입사 첫해에는 1개월을 개근할 때마다 1일씩, 만 1년이 되기 전까지 최대 11일이 생깁니다. 이렇게 1년 미만에 다달이 붙는 연차를 흔히 월차라고 부르는데, 법에는 없는 비공식 용어입니다. 그리고 만 1년이 되는 시점에 15일이 한꺼번에 들어옵니다. 3년 차부터는 2년마다 1일씩 가산되어 최대 25일까지 늘어납니다.

연차가 무조건 나오는 건 아닙니다. 1년 이상 근속자라도 출근율이 80% 미만이면 그해는 15일이 아니라 개근한 달에 대해서만 1일씩 발생합니다. 또 앞 글에서 봤듯 5인 미만 사업장이거나 초단시간근로자라면 연차 자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입사일 기준 vs 회계연도 기준

법이 정한 발생 시점의 기준일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입사일입니다. 그런데 사람마다 입사일이 제각각이면 발생·소멸을 관리하는 비용이 인원수만큼 늘어납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실무 편의를 위해 회계연도 기준(대개 1월 1일)으로 전 직원의 연차를 한날에 맞춰 부여합니다. 이렇게 해도 되는 이유는, 퇴직 시점에 입사일 기준으로 다시 정산하기 때문입니다. 법보다 미리·더 주는 방향은 근로자에게 유리하므로 허용되고, 마지막에 법대로 맞추기만 하면 문제가 없습니다.

Recap

  • 연차는 두 갈래로 발생합니다. 1년 미만 동안 1개월 개근당 1일(최대 11일, 통칭 월차)과, 만 1년에 15일입니다(제60조 ①②).
  • 3년 차부터 2년마다 1일씩 가산되어 최대 25일까지 늘어납니다(제60조 ④).
  • 출근율 80% 미만이면 개근월만, 5인 미만 사업장·초단시간근로자는 연차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 법상 기준일은 입사일이지만, 실무에서는 회계연도 기준으로 맞춰 부여하고 퇴직 시 정산하는 방식이 널리 쓰입니다.


2. 사용: 어떻게 빠져나가나

연차를 언제 쓸지 정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권리입니다.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주어야 하고, 회사는 그 시기에 휴가를 주는 것이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을 때만 시기를 바꿀 수 있습니다(제60조 ⑤). 회사에 있는 것은 거부권이 아니라 '시기 변경권'뿐입니다.

사용 단위는 하루가 원칙입니다. 근로기준법은 연차를 하루 미만으로 쪼개 쓸 권리까지 보장하지는 않아서, 하루 단위로만 허용해도 위법은 아닙니다. 다만 많은 회사가 근로자 편의를 위해 반차·반반차·시간 단위 사용을 함께 허용합니다.

또 하나, 아직 발생하지 않은 연차를 미리 당겨 쓰도록 허용하는 회사도 많습니다. 앞으로 근속하면 연차가 규칙적으로 생길 것이 뻔하기 때문에 가능한 배려입니다. 이 경우 쓴 양이 쌓인 양보다 많아져 잔액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데, 이를 흔히 마이너스 연차라 부릅니다. 당연히 나중에 실제 발생분에서 상계되고, 발생 전에 퇴직하면 그만큼 급여에서 공제될 수 있습니다.

Recap

  • 연차 사용 시기를 정하는 것은 근로자의 권리이고, 회사에는 시기 변경권만 있습니다(제60조 ⑤).
  • 사용 단위는 하루가 원칙이며, 반차·시간 단위 허용은 회사 정책입니다.
  • 발생 전 연차의 선사용을 허용하면 잔액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고, 이는 이후 발생분에서 상계되거나 퇴직 시 공제됩니다.


3. 소멸: 사라지지만, 보상은 남는다

연차 계좌에는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발생한 뒤 1년간 쓰지 않으면 소멸합니다(제60조 ⑦). 1년 미만 동안 다달이 생긴 월차는 각자의 발생일이 아니라 입사일로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남은 것이 한꺼번에 소멸합니다.

상식적으로는 연차가 소멸하면 회사에 이득, 근로자에 손해처럼 보입니다. 쉬어야 할 휴가를 못 쓰고 그만큼 일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연차가 소멸해도 그에 대한 금전 보상 의무까지 함께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미사용 연차는 소멸 시점에 수당으로 정산되는데, 이 연차미사용수당은 임금이므로 이후로도 청구권이 남습니다(임금채권 소멸시효 3년). 회사 입장에서는 미사용 연차가 쌓일수록 보상 부담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그래서 노사의 이해가 맞으면 합의로 소멸을 미루거나 아예 생략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퇴직 시점에는 근로기준법대로 정산해야 합니다. 이 수당이 실제로 어떻게 계산되는지는 보상을 다루는 다음 글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제도의 취지를 생각하면, 연차는 쌓아 두고 일만 하는 것보다 제때 쓰는 편이 근로자에게도 좋고 회사에도 예측 가능합니다. 그래서 법은 특정 절차를 지키면 소멸한 연차의 보상 의무를 면제해 주고, 그 대신 사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하게 했습니다. 바로 다음에 볼 연차 촉진입니다.

Recap

  • 연차는 발생 후 1년간 미사용 시 소멸합니다(제60조 ⑦).
  • 소멸해도 금전 보상 의무는 남습니다. 연차미사용수당은 임금이라 청구권이 존속합니다(3년).
  • 노사 합의로 소멸을 유예·생략할 수 있으나, 퇴직 시에는 법대로 정산해야 합니다.


4. 연차 촉진: 소멸시키고도 보상하지 않으려면

연차 촉진은 근로자의 연차 사용을 독려하기 위한 제도입니다. 회사가 법이 정한 절차대로 사용을 촉진했는데도 근로자가 쓰지 않아 소멸한 연차라면, 회사는 그 미사용분을 돈으로 보상하지 않아도 됩니다(제61조). 미사용 연차에도 보상 의무가 남는다는 원칙의 예외라, 절차를 그만큼 엄격하게 지켜야 합니다.

절차의 뼈대는 세 단계입니다.

  1. 사용 시기 통보 촉구 (회사 → 근로자) — 회사가 "남은 연차가 며칠이니 언제 쓸지 계획을 제출하라"고 서면으로 요청합니다.
  2. 사용 시기 지정 통보 (근로자 → 회사) — 근로자가 촉구받은 때부터 10일 안에 사용 계획을 회사에 제출합니다.
  3. 사용 시기 지정 통보 (회사 → 근로자) — 근로자가 계획을 내지 않으면, 이번에는 회사가 직접 "이 날 쉬라"고 사용 시기를 정해 서면으로 통보합니다.

시점은 대상에 따라 다릅니다. 1년 단위로 발생한 연차는 소멸 6개월 전을 기준으로 첫 촉구를 시작하고, 1년 미만 동안 생긴 월차는 입사 1년이 끝나기 3개월 전1개월 전으로 나뉜, 훨씬 촘촘한 별도 일정(제61조 ②)을 따릅니다. 촉진의 흐름 자체는 같지만 대상마다 시점이 법으로 못 박혀 있어서, 실제로 이 절차를 자동화할 때는 그 스케줄 차이를 정확히 반영해야 합니다.

촉진했어도 출근하면 — 노무수령거부

절차를 다 지켜도 함정이 하나 남습니다.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그냥 출근해 일해 버리는 경우입니다. 판례는 이때 회사가 근로 제공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아, 촉진을 했더라도 보상 의무가 사라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를 막으려면 회사가 그날 명확하게 노무수령거부(노동을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합니다. 자리에 "오늘은 휴가일이니 근무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붙이는 식으로, 근로자가 못 보고 지나칠 수 없게 표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Recap

  • 연차 촉진은 법이 정한 절차로 사용을 독려한 회사에게, 소멸한 연차의 금전 보상 의무를 면제해 주는 제도입니다(제61조).
  • 절차는 회사의 사용 촉구 → 근로자의 시기 지정 → (미지정 시) 회사의 시기 지정, 세 단계입니다.
  • 대상(연차/월차)에 따라 촉진 시작 시점이 법으로 다르게 정해져 있어, 자동화 시 그 스케줄 차이를 정확히 반영해야 합니다.
  • 촉진했어도 근로자가 출근하면 명확한 노무수령거부 의사표시가 있어야 보상 의무가 소멸합니다.


5. 연차만 휴가는 아니다

연차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가장 중요한 휴가지만 유일한 휴가는 아닙니다. 회사가 관리해야 할 휴가는 크게 두 종류가 더 있습니다.

  • 법정 휴가 — 법이 보장을 강제하는 휴가입니다. 출산전후휴가(제74조), 배우자 출산휴가, 가족돌봄휴가, 생리휴가(제73조), 예비군·민방위 훈련 참여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유급·무급 여부와 요건이 각각 다릅니다.
  • 약정 휴가 — 법에는 없지만 회사가 자체적으로 두는 휴가입니다. 경조 휴가, 여름 휴가, 근속 리프레시 휴가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휴가들도 지급 시점·사용 단위·증빙 필요 여부 같은 설정이 정책마다 다릅니다. 한편 초과근로를 휴가로 보상하는 보상휴가(제57조)라는 제도도 있는데, 이건 근태가 보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 다음 글에서 함께 다루겠습니다.

Recap

  • 법이 강제하는 법정 휴가(출산전후·가족돌봄·생리·예비군 등)와 회사가 자율로 두는 약정 휴가가 연차와 별개로 존재합니다.
  • 초과근로를 휴가로 갈음하는 보상휴가(제57조)는 보상 편에서 다룹니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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