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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5. 29
© WONKOOK LEE

같은 회사인데 왜 근무가 다를까요?

앞의 두 글에서 근무 기록을 초과근로로 바꾸는 계산기를 만들었습니다. 하루에 이름표를 붙이고(1편), 그 위에 시간을 얹어 연장·야간·휴일을 판정했습니다(2편).

그런데 이 계산기를 여러 사람에게 똑같이 돌려 보면 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완전히 같은 근무 기록인데 사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옵니다. 누구에게는 가산수당이 붙는 5시간이 누구에게는 한 푼도 안 붙고, 누구에게는 아예 계산 자체가 생략됩니다.

로직은 하나인데 왜 결과가 갈릴까요? 같은 근무 기록에 다른 답을 내는 '설정값'이 사람마다 다르게 꽂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 설정값 세 가지를 다룹니다. 어떻게 일하기로 했는가(근무 유형), 어떤 근로자인가(근로자 유형), 어떤 사업장인가(사업장 유형). 세 축이 앞서 만든 계산기의 동작을 어떻게 바꾸는지 순서대로 보겠습니다.



1. 근무 유형: 출퇴근을 누가, 어떻게 정하나

첫 번째 축은 "일하는 시각을 누가 어떻게 정하느냐"입니다. 이 기준으로 근무 형태를 늘어놓으면 대략 네 갈래가 됩니다.

  • 고정 근무 — 모두가 같은 요일, 같은 시각에 출근하고 퇴근합니다. "9 to 6"로 대표되는 전통적 사무직이 여기입니다. 가장 단순한 형태라, 오전·오후 반차 시각도 자동으로 정해집니다.
  • 시차 근무 — 하루에 일하는 길이는 같지만 출근 시각을 정해진 밴드(예: 8~10시) 안에서 고릅니다. 일찍 온 사람은 일찍, 늦게 온 사람은 늦게 퇴근합니다. IT 업계가 즐겨 씁니다.
  • 선택적 근로시간제 — 회사가 정한 출근 시각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정해진 총량만 채우면 언제 얼마나 일하든 근로자 자유입니다. 다만 협업을 위해 "이 시간대만은 모두 있어야 한다"는 코어타임을 둘 수 있습니다.
  • 교대 근무 — 일하는 요일과 시각이 회사가 짠 스케줄에 따라 매주 바뀝니다. 설비를 오래 가동해야 하는 공장·병원·매장 등에서 씁니다. 요일이 계속 바뀐다는 점은 선택적 근무와 닮았지만, 큰 그림을 근로자가 아니라 회사가 짠다는 점이 다릅니다.

이 중 고정·시차·교대는 소정근로시간을 '언제' 배치하느냐의 문제일 뿐 특별한 법적 제도는 아닙니다. 반면 선택적 근무처럼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굴리는 방식 중 일부는 근로기준법이 별도의 이름과 요건을 붙여 둔 유연근로시간제입니다.

근로기준법이 이름 붙인 유연근로시간제

유연근로시간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특례라, 대개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 같은 요건이 붙습니다.

  • 탄력적 근로시간제(제51조·제51조의2) — 바쁜 주에 법정근로시간을 넘겨 배치하고 한가한 주에 줄여, 정산기간 평균으로 맞춥니다. 정산기간은 2주·3개월·최대 6개월 유형이 있습니다.
  • 선택적 근로시간제(제52조) — 시업·종업 시각을 근로자에게 맡깁니다. 정산기간은 1개월 이내(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은 3개월 이내)입니다.
  • 간주·재량 근로시간제(제58조) — 사업장 밖 근로나 재량이 큰 업무에서, 실제 시간 대신 정한 시간을 일한 것으로 봅니다.

특히 선택적 근로시간제에서는 하루·한 주 단위 법정근로시간 규정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아 일 단위 연장이 발생하지 않고, 연장 여부를 정산기간 전체의 총량으로만 따집니다. 대신 야간·휴일근로 가산은 다른 근무와 똑같이 붙습니다.

Recap

  • 첫 번째 설정값은 근무 유형이며, "출퇴근을 누가 어떻게 정하나"로 고정·시차·선택적·교대로 나뉩니다.
  • 고정·시차·교대는 소정근로시간을 배치하는 방식일 뿐 특별한 법 제도는 아닙니다.
  • 탄력적·선택적·간주·재량은 근로기준법이 요건을 정해 둔 유연근로시간제입니다.
  • 선택적 근로시간제에서는 일 단위 연장이 생기지 않고 정산기간 총량으로만 연장을 따집니다(야간·휴일 가산은 그대로).


2. 근로자 유형: 소정근로시간이 만드는 분류

두 번째 축은 근로자 자신입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값은 1주 소정근로시간이고, 이걸로 세 부류가 갈립니다.

근로자 유형기준핵심 차이
통상근로자같은 사업장·같은 업무에서 소정근로시간이 가장 긴 사람연장 판정 기준이 법정근로시간
단시간근로자통상근로자보다 소정근로시간이 짧은 사람연장 판정 기준이 소정근로시간
초단시간근로자4주 평균 1주 소정근로시간 15시간 미만주휴·연차·퇴직금 등에서 제외

통상근로자는 같은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를 하는 사람들 중 소정근로시간이 가장 긴 사람입니다. 정의가 상대적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어떤 업무를 하는 사람이 한 종류뿐이면 그 사람이 곧 통상근로자라, 주 20시간만 일해도 통상근로자일 수 있습니다.

단시간근로자는 같은 사업장·같은 업무의 통상근로자보다 소정근로시간이 짧은 사람입니다(근로기준법 제2조). 앞 글에서 예고한 차이가 여기서 터집니다. 통상근로자의 연장근로는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을 넘겨야 발생하지만, 단시간근로자의 연장근로는 소정근로시간을 넘기는 순간 발생합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단시간근로자의 초과근로 제한) ① 사용자는 단시간근로자에 대하여 …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하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경우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하여 근로하게 할 수 없다. ③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초과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즉 주 소정근로시간이 30시간인 사람이 35시간을 일했다면, 통상근로자에게는 법정 40시간 안이라 법 내 연장(가산 0%)이지만, 단시간근로자에게는 소정을 넘긴 5시간이 연장근로(가산 +50%) 가 됩니다. 연차와 주휴수당도 통상근로자 대비 근로시간에 비례해 줄어드는데, 이 계산은 연차를 다루는 글에서 따로 보겠습니다.

초단시간근로자는 4주를 평균해 1주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사람입니다. 앞의 두 유형이 상대적으로 정의된 것과 달리, 이건 15시간이라는 절대 기준으로 딱 잘립니다. 초단시간이 되면 여러 제도에서 한꺼번에 빠집니다.

  • 주휴일과 주휴수당(제55조), 연차유급휴가(제60조)가 적용되지 않습니다(제18조 ③).
  • 퇴직금 지급 대상에서도 빠지고, 일부 사회보험 적용에서도 제외됩니다.

이렇게 면제가 많다 보니 여러 명을 초단시간으로 쪼개 고용할 유인이 생기는데, 이는 제도의 그늘에 해당합니다.

이 밖에 소정근로시간이 아니라 다른 조건으로 정의되는 유형도 있습니다. 연소근로자(15세 이상 18세 미만)는 근로시간이 1일 7시간·1주 35시간을 넘지 못하고 연장도 당사자 합의로 1일 1시간·1주 5시간까지만 가능합니다(제69조). 임신 중인 근로자는 시간외근로가 금지되는 등 별도의 보호를 받습니다(제74조).

Recap

  • 두 번째 설정값은 근로자 유형이며, 1주 소정근로시간으로 통상·단시간·초단시간으로 나뉩니다.
  • 통상근로자는 같은 업무 중 소정근로시간이 가장 긴 사람으로, 상대적 정의라 주 20시간만 일해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
  • 단시간근로자는 연장 판정 기준이 법정근로시간이 아니라 소정근로시간이라, 같은 초과근무도 가산 +50%가 붙습니다(기간제법 제6조).
  • 초단시간근로자(주 15시간 미만)는 주휴·연차·퇴직금 등에서 제외됩니다(제18조 ③). 연소·임신 근로자는 별도 보호 대상입니다.


3. 사업장 유형: 5인이라는 문턱

세 번째 축은 사업장의 규모입니다. 근로기준법은 규모에 따라 적용 범위가 달라지는데, 가장 큰 문턱이 상시근로자 5인입니다.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은 다음과 같은 규정에서 통째로 빠집니다.

  •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제56조)
  • 연차유급휴가(제60조)
  • 법정근로시간과 주 12시간 연장 한도(제50조·제53조, 이른바 주 52시간제)
  • 관공서 공휴일의 유급 보장(제55조 ②)

앞 글에서 공들여 계산한 가산율(+50%, +100%)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초과근무를 시켜도 통상시급만 주면 되고, 연차도 법적 의무가 아닙니다. 계산기의 프리미엄 로직 전체를 꺼 버리는 스위치인 셈입니다. (물론 주휴일·최저임금·퇴직금처럼 5인 미만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규정은 남아 있습니다.)

여기서 "5인"은 그 순간의 재직자 머릿수가 아니라 상시근로자 수로 판정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실제로 하루 평균 몇 명이 일하는지를 산정 기간으로 따지므로, 등록된 사람이 5명을 넘어도 상시 기준으로는 5인 미만일 수 있고 그 반대도 가능합니다.

Recap

  • 세 번째 설정값은 사업장 규모이며, 가장 큰 문턱은 상시근로자 5인입니다.
  • 5인 미만은 초과근로 가산수당(제56조)·연차(제60조)·주 52시간 한도·공휴일 유급에서 제외됩니다.
  • 주휴일·최저임금·퇴직금 등은 5인 미만에도 적용됩니다.
  • "5인"은 재직자 수가 아니라 산정 기간의 상시근로자 수로 판정합니다.


4. 같은 한 주, 세 개의 설정값

세 축이 실제로 결과를 어떻게 가르는지 한 장면으로 모아 보겠습니다. 주 소정근로시간이 32시간(하루 8시간 × 4일)인 어떤 사람이 바쁜 한 주에 하루를 더 나와 총 40시간을 일했다고 합시다. 모든 날 8시간씩, 야간·휴일 없이 낮에만 일했습니다.

늘어난 8시간의 운명은 이 사람의 설정값에 따라 이렇게 갈립니다.

설정값늘어난 8시간의 성격가산
통상근로자 · 5인 이상법 내 연장 (법정 40시간 이내)0% (통상시급만)
단시간근로자 · 5인 이상연장근로 (소정 32시간 초과)+50%
통상/단시간 무관 · 5인 미만가산수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음0%
  • 통상근로자 · 5인 이상 — 하루 8시간을 넘긴 날도 없고 주 40시간을 넘기지도 않았으니 법이 말하는 연장근로가 아닙니다. 목표(32시간)는 넘겼으므로 8시간의 임금은 주되 가산은 없는 법 내 연장입니다.
  • 단시간근로자 · 5인 이상 — 통상근로자와 달리 기준선이 소정근로시간(32시간)이라, 이를 넘긴 8시간이 그대로 연장근로가 되어 +50%가 붙습니다. (1주 12시간 한도 안이라 적법합니다.)
  • 5인 미만 사업장 — 통상이든 단시간이든, 가산수당 규정 자체가 적용되지 않아 8시간의 임금만 통상시급으로 지급하면 됩니다.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은 40시간의 근무가, 오직 설정값 때문에 세 갈래로 갈렸습니다. "같은 회사인데 왜 근무가 다르냐"는 질문의 답이 여기에 있습니다. 근태 계산은 근무 기록만으로 끝나지 않고, 늘 그 사람의 근무 유형·근로자 유형·사업장 유형을 함께 읽어야 비로소 완성됩니다.

Recap

  • 동일한 근무 기록도 근무 유형·근로자 유형·사업장 유형이라는 세 설정값에 따라 다른 결과를 냅니다.
  • 같은 40시간이 통상근로자에게는 법 내 연장(0%), 단시간근로자에게는 연장근로(+50%), 5인 미만에서는 가산 없음(0%)으로 갈립니다.
  • 그래서 초과근로 계산은 근무 기록에 더해 세 축의 설정값을 반드시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References

좋은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하며 열정적이고 즐겁게 살고 싶은 개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