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을 미리 받을 수 있나요? (중간정산)
목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 쌓여 있는 퇴직금을 미리 당겨 받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회사에 부탁하면 그냥 정산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대부분 "안 된다"는 답이 돌아옵니다. 왜일까요?
퇴직금 중간정산은 언제 되고, 미리 받으면 어떤 대가가 따를까요?
1. 원칙은 '금지'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지점부터 짚겠습니다. 퇴직금 중간정산은 원칙적으로 금지입니다. 2012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으로, 노사가 서로 원해도 함부로 중간정산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② 사용자는 …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근로자가 요구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퇴직하기 전에 해당 근로자의 계속근로기간에 대한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여 지급할 수 있다.
취지는 분명합니다. 노후 자금의 보호입니다. 퇴직금을 중간중간 헐어 쓰면 정작 퇴직할 때 손에 남는 게 없어, 제도의 목적인 노후 대비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은 중간정산을 '예외적으로만' 열어 두었습니다.
Recap
- 퇴직금 중간정산은 2012년 이후 원칙적으로 금지입니다(근퇴법 제8조).
- 이유는 노후 자금 보호이며, 법정 사유가 있을 때만 예외로 허용됩니다.
2. 법이 정한 사유만 예외
중간정산이 가능한 사유는 시행령에 열거되어 있습니다. 아래 사유에 해당하고 근로자가 요구할 때만 정산할 수 있습니다.
| 사유 | 비고 |
|---|---|
| 무주택자의 본인 명의 주택 구입 | 재직 중 1회 |
| 무주택자의 주거용 전세금·보증금 부담 | 재직 중 1회 |
| 본인·배우자·부양가족의 6개월 이상 요양 | 연 임금총액의 12.5%를 초과하는 의료비 부담 시 |
| 5년 이내 파산선고 또는 개인회생 개시 결정 | |
| 임금피크제 시행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경우 | |
| 소정근로시간 단축으로 퇴직금이 줄어드는 경우 | |
|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
여기서 용어를 정리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내 적립 퇴직금이나 DB형에서 미리 받는 것을 중간정산이라 하고, DC형 퇴직연금에서 미리 빼는 것은 중도인출이라 부릅니다. 이름은 달라도 허용 사유는 대체로 비슷합니다. 다만 DB형은 중간정산도 중도인출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DB는 회사가 운용하며 금액이 확정되는 구조라, 개별 근로자가 중간에 빼는 것이 제도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Recap
- 중간정산은 무주택 주택구입·전세금(각 1회), 6개월 이상 요양, 파산·개인회생,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 재난 등 법정 사유에만 허용됩니다.
- 퇴직금·DB형은 '중간정산', DC형은 '중도인출'이며, DB형은 미리 받을 수 없습니다.
3. 미리 받으면 나중에 세금이 커진다
중간정산에는 눈에 잘 안 띄는 대가가 있습니다.
중간정산을 하면 그 시점까지의 퇴직금이 정산되고, 이후 퇴직금 산정의 근속연수가 새로 시작(리셋) 됩니다. 문제는 퇴직소득세가 근속연수가 길수록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근속연수공제도, 연분연승의 평준화 효과도 오래 다닐수록 커지는데, 중간정산으로 근속연수가 짧게 쪼개지면 이 혜택이 줄어듭니다.
즉 10년을 한 번에 정산할 때보다, 5년+5년으로 두 번 나눠 정산하면 근속연수공제를 두 번의 짧은 구간으로만 받게 되어 총 퇴직소득세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당장 목돈이 급해 중간정산을 하더라도, 세금 측면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따져 봐야 합니다.
Recap
- 중간정산을 하면 이후 퇴직금 산정의 근속연수가 리셋됩니다.
- 퇴직소득세는 장기근속일수록 유리하므로, 근속연수가 쪼개지면 나중의 퇴직소득세가 커질 수 있습니다.
References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 제8조(퇴직금제도). 국가법령정보센터
-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 제3조(퇴직금의 중간정산 사유)
